좌우명

예전에는 꿈이 뭐니? 라는 질문을 많이 들어보았다.
더불어 좌우명이 무어냐는 질문도 가아끔 들었었다.
최근에는 그런 질문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네.
사실 저런 질문을 통해서 그 사람의 성향을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 청소를 하다가 옛날에 쓰던 필통을 열어보았는데,
거기 내 좌우명이 적혀있었다. 포스트잇에.

모토. 좌우명. 이건 꿈=비전 하고는 조금 다르다.
꿈은 앞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이라면,
좌우명은 내가 살아가는 태도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내 좌우명은 이거다.

단순 낙천 긍정

그야 말로 단순하다. 흐흐.
아마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내 좌우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우선,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만드신 가훈의 영향이 있었구나.
우리집 가훈은 중용 열정 천명 이다.
무슨 일을 하던지 모자르거나 과하지 말도록 하되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는 하늘의 뜻이니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의미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세 단어에 많은 것이 들어있다. 음.. 하지만 너무 교과서 적이잖아.
가훈이 교과서 같다면 내 것(좌우명)은 만화책 같은 느낌이 나는 것도 좋을 거 같고..
보다 편하게 내가 살아가면서 되새길 수 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훈처럼 세 단어를 가지고 만들어버렸다.

난 어렸을 때 꽤나 모범생이었다. 공부도 매우 열심히 하고,
게다가 미술이나 음악같은 특기활동 또한 매우 열심히 해서 가끔 상도 받고.. 뭐 그랬다.
중학생때까지 그런 것이 쭈욱 이어져서, 점점 주위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었다.
사실 내가 재미있고 좋아서 하던 거였는데 - 어느 순간부터 내 스스로가 나를 압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을 위한 공부나 활동이 아닌, 주위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올바른 아이로 행세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 말이지.
결국 주위의 기대에 따라 난 고등학교 입시 때 과학고라는 소위 우수 집단이 간다는 곳으로 진학하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어버렸고, 음. 난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해서 가는 걸까 아닐까..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도 잘했고, 또 그래서 도전하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내 안의 반항심이 더 강했던거지.
결국 난 공부를 안했다. 결과는 탈락.
사실 예상을 했음에도 생애 처음으로 '탈락'이라는 일종의 패배를 경험한 것은, 어린 나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과학고를 떨어지고 나서 여느 아이들처럼 일반 고등학교에서 푸닥거리면서 놀면서
스스로에 대한 보다 많은 생각들을 한거 같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내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친구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나의 모습을 찾는데 도움이 될만한 좌우명을 만들기 시작했던거다.
그리하여 탄생된 내 좌우명이 바로 단순 낙천 긍정 이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 생각만큼 내 능력이 안 따라줄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한없이 가라앉을때,
문득 저 좌우명을 떠올리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나아지곤 한다.
'그래 인생 뭐 별거 있어? 내가 현재 원하는 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거지!'
라고 스스로 되뇌이는 것이다.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일종의 세뇌가 되듯이,
내가 원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여유로워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에 또 단순해지는 ㅡ.ㅡ 그런 힘을 얻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항상 나를 보며 왠지 즐거워보이고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심지어 고민이 없는 사람 같다는 말도 ㅡ.ㅡ 들었다.
나도 사람인데 왜 없겠어.. 다만 늘 즐겁게 생활하려고 하는 태도가 은연중에 그렇게 비추어지나보다.
내가 만든 좌우명이 또한 나를 만들어 간다는 재미있는 사실.
난 내 좌우명이 참 맘에 든다. ^^




by 갈기머리 | 2009/04/26 11:23 | Dia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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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글귀를 발견했다.'부정적인 사람은 결코 위대한 기업을 만들 수 없다'그 순간 이 한마디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왔다.맞아! 바로 이거야! 하고.예전에 내 좌우명 - 단순,낙천,긍정 - 을 소개하면서도 쓴 적이 있지만,나의 강점은 긍정적인 성격에 있다.일을 하다 보면 언제나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잘 될때, 안 될때 모두 하나의 과정으로서 연결되는 ... more

Commented at 2009/04/26 20: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갈기머리 at 2009/04/27 00:19
고마워요!
흐흐. 같이 단순 낙천 긍정 해요~! ^^
Commented by 디아나 at 2009/04/26 23:48
성장과정이 매우 흥미롭군요. 맞닿는 곳도, 그렇지 않은곳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갈기머리님의 좌우명같은 성향은 아주 부족한편인데 그래서인지 주변에 내게 없는 점을 가진 친구는 꼭 붙잡아두고파하는 욕심이 가득가득해요. 참 살기 힘든다는 이 시대에 귀중한 능력이고, 저또한 몇안돼는 그런 친구들로부터 많이 배우죠. ^^
Commented by 갈기머리 at 2009/04/27 00:22
절 붙잡으세요! ^^
디아나님 성장과정도 궁금한걸요~ 저랑 맞닿은 곳이 어디인지 궁금해요.
Commented by DreamCar at 2009/04/29 07:20
갈기머리님,

제 블로그에 좋은 의견과 함께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23년전에 운전면허를 땄는데, 그때도 운전면허를 따기가 참 쉽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운전면허증을 땄는데도 불구하고, 운전할 수 있는 실력이 전혀 안되어 넓은 공터에서 연습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허술한 제도와 허술한 교육이 허술한 운전자를 만들어간다는 것에 100% 동감합니다.
항상 안전운전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되십시요.

- Dream Car -
Commented by 갈기머리 at 2009/04/29 11:04
좋은 글 써 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운전할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종종 들러서 정보 좀 얻어가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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