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아스루스
2009/11/27   에센 국제 보드게임 박람회 <3부> [9]
에센 국제 보드게임 박람회 <3부>
에센 후기는 리포트 형식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일정, 감상을 중심으로 일기 형태로 쓰여질 것입니다.
아스루스 전시 및 자체 행사에 바빠서 다른 회사나 게임들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으니 이 점 이해해 주세요. ^^
(사진은 포토로그에 있습니다!)


10.21


독일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정작 나는 알람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나를 깨웠다. 그것도 새벽 6시에 ㅡ.ㅡ
이 호스텔을 예약할 때, 안내 문구 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예약하지 말아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 까먹고 있었다. 아침이 되기 전까지는.
이 녀석 덩치도 꽤 크고.. 종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음-

이렇게 생겼다.


아쉽게도 얼굴을 찍진 못하였지만;
아무튼 곤히 자고 있는데 뭔가 긁는 소리가 나서 잠을 깼더니..
요녀석이 내가 자고 있는 매트리스 옆(바로 얼굴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일어난 것을 보더니 더 이상 바닥을 긁지 않더니.. 그르릉 그르릉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순간 '아~ 요놈이 웹사이트에서 말하던 그놈이구나' 싶어서 그냥 이불을 들어주었더니 안으로 쏙 들어왔다.
그래서 한 10분쯤 같이 잤나.. 암튼 다시 일어나보니 이녀석이 없길래 씻으려고 준비하는데,
요놈이 내 트렁크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다 ㅡ.ㅡ
깨울까 하다가 그냥 바라보고 있었는데(나도 곤히 잘때 깨우면 싫으니까) 다행히 잠시 후에 움직여주었다.
이녀석 특이한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구나..

일찍 일어난 편이라 세면장에서 씻구 있으니 어제 만났던 독일 친구들도 하나 둘 씻으러 모여든다.
여긴 공동 세면장이니까. 게다가 화장실도 공용. 또한 남녀공용.
'모르겐' 하고 다들 아침인사를 한다. 나도 금새 배워서 따라했다. 모르겐~(발음은 몰겐 에 가깝다)
에센 박람회(Spiel 2009 at Essen)가 아침 9시부터이므로, 7시 반부터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1층 식당에 가면서 보니 그 고양이가 보이는데, 왠지 덩치가 좀 다른 것 같았다.
식사를 준비하는 주인 아주머니께 고양이에 대해 물어보니, 쌍둥이라고 한다. 어쩐지..
큰놈이 숫놈, 약간 작은 놈이 암놈이라고. (이름을 들었는데 까먹었다. 메일로 물어봐야지)
새벽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니 내가 무지 맘에 들었나보다고 -
그르릉 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기분이 좋다는 의미라고 - 말씀해주셨다.
난 그 녀석이 숫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아침 식사는 뉴요커, 아니지 함부르거 스타일로다가
각종 빵과 햄류, 잼, 시리얼, 우유, 과일을 곁들인 뷔페식이었다.
식빵을 제외한 바게뜨류의 독일 빵들은 꽤 딱딱해서, 갓 만든 것을 먹거나 토스트해서 바로 먹어야 맛있었다.
뭐 배고플때는 다 맛있지만..
난 먹는 건 잘 안가리는 편이라 음식이 입에 안 맞거나 하는 건 없었다.
걔네가 만들어 먹는 걸 보고 따라하면서 나도 먹었다. 빵에 버터, 햄, 치즈, 토마토와 오이를 올리고 후추가루로 마무리했다.
햄 종류가 다양해서 샌드위치를 2~3개 정도 만들어 먹었는데.. 많이 먹을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았다.
아침을 먹으면서 게스트들한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난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이 쪽 동네에서는 코리안이 흔치 않은지, 신기해하기도 하고 암튼 관심을 가지더니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보드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에센 박람회 때문에 왔다고 하니
다들 반가워하면서, 자기들도 박람회 때문에 온 것이라 한다(대부분 함부르그에서 왔다고 함).
그리고 한명을 가리키면서 이 사람이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는데 - '미힐'이라고
당연히 알리가 없지..
아머(갑옷)를 만드는 유명한 아티스트라고 했다.
알고 보니 에센 박람회에서 코믹액션이라는 행사를 같이 하는데(코스프레 비슷한) 거기에 부스 참가한 것이었다.
암튼 공통의 화제거리가 생기니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해지게 되어서,
그 중에 한 명이 가는 길에 나도 같이 태워주겠다고 했다. 럭키~!

이 날 나를 태워 준 친구는 '알리'라고, 터키쉬(터키계 독일인)였다.
뭔가 성격이 한국인이랑 좀 더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기분파라던지 정이 많다던지 암튼 그렇다.
이 친구가 탄 차가 현대 투싼이었다 - 현지 이름은 잘 기억안난다.
사실 현대를 좋아하진 않지만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타국에서 한국 차를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한국에서 이 차가 베스트셀러라고 말해주었더니 기분 좋아하는 눈치다.
Messe Essen 박람회장에 도착하여 인사를 하고 서로의 부스를 향해 헤어졌다.


오늘(10.21)은 행사 이브 날로써, 내일 손님 맞이를 하기 위해 부지런히 부스를 세팅해야 하는 날이다.
박람회장 내부가 엄청 넓어서 한국관 부스를 찾아가는 데에도 적잖이 헤매었다.
다들 부지런히 세팅하고 있었다. 지게차 와서 물건 나르고, 타워 세우고, 정리하고 등등.
이런 큰 규모의 전시는 처음이라 감탄하며 둘러보던 중
한국관(올해는 한국 회사들이 연합하여 하나의 전시관을 만들었다)에 도착하자 몇몇 다른 회사 분들이 와 있었다.
배너로 뒤에 벽을 꾸미고, 미리 항공편으로 보내놓은 짐을 정리하면서 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물건이 워낙 많으니 정리하는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점심을 행사장 내 매점에서 파는 핫도그로 간단히 요기하고선 계속 작업하여 6시 쯤 되니 일이 끝났다.
같이 일하던 사람 몇몇이서 에센 중앙역 부근에서 저녁식사를 했다(슈니첼이라고, 돈까스랑 비슷한 것이 있는데 꽤 맛있다).
식당에서도 영어를 잘 안쓰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메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주문할 때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전혀 기대와 다른 음식을 시킨다던지.. 맛이 없다던지 등등.
그리고 물이 비싸다 ㅡ.ㅡ 나중에는 슈퍼마켓 들러서 물을 미리 사는게 습관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선 각자의 숙소로 헤어졌다.

어제 밤에 충분한 삽질로 인하여 열차 시스템을 몸에 익혔기 때문에, 오늘은 쉽게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작업이 늦게 끝났는지 독일 친구들이 잠시 후에 들어오더니, 나에게 저녁을 같이 먹으러 갈 건지 물었다.
이미 저녁을 먹었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러자고 했다.
호스텔 근처의 이탈리아 레스토랑(고급은 아니고 일반 가게)에 갔는데 피자가 꽤 쌌다.
그래서 조그맣게 나오겠거니 하고 시켰는데, 양도 많다. 게다가 맛있다! 최곤데 여기..
(우리나라가 피자, 파스타가 비싼 편인데 여기에선 일반적인 음식인듯)
하지만 이미 저녁을 먹었기에 다 못먹을 것 같아 독일 친구들에게 좀 먹으러고 권했더니 절대 안 먹는다.
그러고 보니 다들 자기가 주문한 음식만 열심히 먹고 있었다. 다른 사람 음식에 손대는 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인 듯 하다.
얘들아. 난 단지 너희들 것도 먹고 싶었을 뿐인데.
그래서 한국에서는 음식 시켜서 다 같이 나눠 먹는다고 했더니(좀 같이먹자고~), 자기네들이랑 문화가 다른 것 같다고
신기해 하면서 내 피자에 손도 안댄다. 알았어 니네 거 안 먹을게.. ㅜㅜ
이야기하다보니 동양인에 대한 막연한 환상? 선입견 같은게 조금은 있는 것 같았다.
영화 같은데서 전형적인 동양 모습을 많이 본 것인지, 음식이나 환경에서 컬쳐 쇼크를 받지는 않았는지 물어본다.
얘들아.. 이런 거 한국에서도 자주 먹어..
암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은 피자를 포장해달라고 하는데, 알리가 이탈리안 쉐프한테 '이 친구 코리안이야' 라고 말하니
정말이냐며 주방에서 나와서 인사하더니(한국인 처음 본듯) 내가 먹은 피자랑 콜라를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올레~!
독일 친구들이 이런 경우가 흔치 않다며 재미있어 했다.
아무래도 이런 외곽 지역에는 여행객들도 거의 없을테니 더구나 한국인을 보는 일이 드물 것 같긴 하다.
식사 후 돌아와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면서 먼치킨이라는 게임을 했다.
독어판이라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다른 녀석이 도와주어서 그럭저럭 재밌게 했다.
내가 딴지 걸었더니 되게 좋아하던데 ㅡ.ㅡ
이제 서로 좀 더 친해졌는지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별로 어색하지가 않다.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10.22


드디어 오늘부터 행사 시작이다!
부푼 맘을 안고 집을 출발하였다. 오늘은 알렉스(원래는 알렉산더)라는 친구가 차를 태워주었다.
차를 얻어타서 고맙긴 하지만 미안하다고 하자, 그 친구 왈
'우리는 게임을 통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가 있지. 이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어~!'
물론 나의 영어가 무척 짧지만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저런 의미였다.
이 친구가 독일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는데 - 독어의 영향인지 억양이 묘하게 쎄서,
가끔 독어를 하는건지 영어를 하는 건지 헷갈릴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독일엔 영어를 하는 사람이 적은 반면, 하는 사람들은 교육을 많이 받는지 영어가 매우 유창해서
못하는 쪽은 말이 안통해서 힘든 반면, 잘하는 쪽은 그 사람들 말을 다 알아듣는 것이 힘들어서 ㅡ.ㅡ
대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 물어보고 몸짓 표정등으로 왠만한 대화가 된다는 것이 재밌었다.

이번 독일 박람회에 참가하는 한국 회사는 나(피스크래프트)를 포함하여 총 일곱 회사이다.


피스크래프트, 조엔, 나무하나, 플레이오프, 비저너리, 젬블로, 게임휴머니티.
이번 박람회를 위해 각 회사들마다 신작을 가지고 나와서 열심히 홍보하였다.
나는 준비가 너무 미흡했던 탓에 뒤늦게 결정을 하고 왔는데, 그래서 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번 박람회는 콘텐츠 진흥원에서 일부 지원을 받는다)
그 중 현지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비용이 제일 커서, 그 부분을 나는 아예 빼버렸다.
내가 게임 설명하지 뭐..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사실 독일 사람들이 이 정도로 영어를 안 쓰는지도 몰랐거니와, 게임이 쉬워서 가르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차차 익숙해졌지만 처음에 설명할 때는 엄청 고생했다)

입장시간인 10시가 되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내심 신종 플루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큰 영향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작년보다는 적은 입장객이라곤 해도, 어마어마했다(그런데 경기불황의 여파인지 구매율은 많이 낮아진듯).
첫 날은 게임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들어보니 보통 둘째 날 까지는 게임을 하러 많이 돌아다니고, 셋째 넷째 날에 구매를 많이 한다고 한다(마지막 날은 떨이도 있으니).
아스루스의 경우 게임이 쉬워도, 보통 설명하고 게임하면 적어도 30분은 걸리고
또 한번 했던 사람들은 몇 판 더 하기 때문에 대부분 한 시간 가까이 게임을 하고 간다.
행사시간이 10시~7시 이므로 하루에 약 10팀 정도가 게임을 하고 가는 셈인데, 난 자원 아니 자본이 모자라서;;
테이블을 하나만 빌렸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플레이 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절반 가까이 구매를 하곤 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이 즐겁게 내 게임을 하는 모습이 너무 즐거웠다.

( ASRUS !)


하루 종일 영어와 독어를 섞어가며 설명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바빠서 점심 때를 놓쳤는데, 뒤늦게 짬을 내어 어제 테이크아웃한 피자를 먹었다.
전자렌지도 없어서 굳은 피자를 씹어먹었지만 배가 고프니 이것도 맛있었다. 커피도 한잔~.
몸은 힘들지만 게임을 같이 하는 것이나 박람회장의 분위기가 즐거워서 나도 모르게 열심히 하게 되었다.
더구나 여기 사람들은 보드게임 디자이너를 책의 저자처럼 생각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나의 싸인 ㅡ.ㅡ 을 받아갔다.
왠지 이 뿌듯한 기분 ㅎㅎ 카드 긁고 싸인할 때랑 느낌이 다른데 이거~

오후에 잠깐 쉬는데, 갑자기 같이 일하던 한국 분이 왠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했다.
'저기, 형렬씨.. 누가 찾아왔는데'
보니 독일 친구들 중 알리와 윌로우가 우리 부스에 날 보러 찾아온 것이었다.
(어제 내가 걔네 부스에 찾아가서 이야기하다 우리 부스에도 한번 놀러오라 했던게 기억났다)
친해지면 괜찮지만 첫 인상이 과히 좋은 친구들은 아니기에 ^^;
같이 있던 한국 분들이 쟤네는 뭔데 날 찾아온 거냐고 걱정스레 물어보셨다.
그래서 친구라고 했더니 '아니 독일에 친구 있었어?'라는 반응이 ㅎㅎ
호스텔에서 만나서 알게된 친구들이라고 하니 다들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처음엔 돈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숙소였는데, 이런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지낼 수록 집도 맘에 들고
여러모로 좋은 경험을 얻게 되어서 이 호스텔은 나와 좋은 인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7시가 되자, 행사를 마무리하고 오늘은 일본 부스의 사람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
일본 부스에는 올해 보드게임콘에서부터 알게 된 나까노 상이 있는데,
사교성도 좋고 쾌활해서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왠지 에너지가 느껴진다. 좀 시끄럽긴 하지만..
아무튼, 나까노 상과 일본인 5명 정도와 함께, 한국 분 2명과 함께 한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이름을 까먹었지만 여기 웨이트리스 한 명이 정말 명물이다 ㅡ.ㅡb
스스로를 'dangerous girl'이라고 소개하는 그녀는, 외모는 좀 푸근해 보이는데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외국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등
뭐랄까 그 때의 상황을 말로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뭔가 대단한 포스가 느껴졌었다.
여기는 이 웨이트리스 한 명 때문에 매출이 더 오르겠구나 싶을 정도로 ㅎㅎ
음식은 잘 기억이 안 나고 그 유쾌한 점원만이 떠오른다. 덕분에 매우 즐겁게 식사를 했다~

호스텔로 돌아와서는 지난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기에 조금 일찍 자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종일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ㅡ.ㅡ
지금 생각해보니, 독일 가서는 시차적응을 전혀 못느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가자마자 고생하고
또 매일 바쁘다보니 시차적응 할 시간도 없이 스케쥴이 흘러가서 잠을 푹 잔것 같다.


to be continued..


<시리즈 보기>
독일 고고~! <1부>
두둥~! 독일 입성! <2부>
에센 국제 보드게임 박람회 <3부>
People with ASRUS at Essen <4부>



이글루스 가든 - 보드게임해보기
by 갈기머리 | 2009/11/27 00:39 | Play | 트랙백 | 핑백(3) | 덧글(9)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